Column2011. 12. 15. 18:01
모 프로그램을 보면 달인들을 만날 수 있다.
평생 한 우물을 파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낀다.
그들의 재주를 보고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즐겁게 일하며 낙천적이다.
그런데 어떤 달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 대에서 가난을 끝내고 싶어 죽으라고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일에서만은 아무도 따를 수 없는 달인이 되었지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여전히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그래서 남보다 더 잘하게 되면 얻는 것도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착각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효율성(Effieiency)와 효과성(Effectiveness)이 엄연히 다른 이유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성과와 상관없이 일을 경제적으로 즉 노련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효과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성과나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성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그냥 일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세상은 죽도록 일하고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그 일을 누구보다 노련하게 해내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가치나 기여도가 낮은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차이를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성과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저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자위해서는 안된다. 일을 빨리 하고 많이 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도 안된다.
열심히 일하거나 일을 잘한다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가치 없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중요하지 않은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고 해서 그 일이 중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더 적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사람들, 그래서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효율성보다 효과성을 먼저 생각한다.

날밤을 새면서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남다른 재주를 갖고 더 많은 일을 해도 성과가 오르는 것도 크게 기여하는 것도 없다면?

비효과적인 사람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단지 친숙하거나 당장 하기 쉽다는 이유로 일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효과적인 사람들은 미래의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하거나 기여도가 높은 일을 선택한다.

효과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효과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습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효과성이 떨어지고 기여도가 낮은 일은 무엇이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지금부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할 효과성 높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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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11. 5. 28. 00:31
한국인터넷 진흥원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http://clean.kisa.or.kr)라는 곳이 있다.
2010년 7월 한국인터넷 진흥원에서 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골자는 서울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등록된 내 주민등록번호를 바탕으로
내가 어떤 홈페이지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찾아주는 서비스이다.
즉, 주민등록번호 도용 여부를 체크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은 434건이 검색되었는데, 가입한 적이 없는 곳도 상당하다.

[참고]
주민등록번호 도용 여부를 체크해주는 서비스는 5년 전 전자 지불 업체로 알려진 이니시스에서 제작한
이지스라는 사이트를 필두로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일부는 위와 같이 기존의 시장을 무단으로 점령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례를 수집해 보면 범 국가적 서비스 접근이 '기존 사업자 죽이기'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사례 : 주민등록번호 클린 센터 
신규 시장 혹은 소규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많은 중소기업들은 상당한 인적, 물적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형성되고 수익 구조가 만들어 질만하면 범국민적 접근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이 시장을 하이애나처럼 노린다.
내가 알기로는 이지스라는 시스템을 기획한 분은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종합 포털, 버티컬 포털과
어렵게 제휴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범 국민적 접근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의 기업은 당연히 처형 당한다.

사례 : 부산 신발산업 육성
2002년경, 부산 신발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모토를 걸고 부산시 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신발 제조 기업에
필요한 홈페이지/ 그룹웨어/ ERP/ 회선망까지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덕분에 해당 서비스로 사업을 유지하던 상당 수의 IT업체들은 장렬히 전사 했다.
몇년 후 부산시는 부산 IT산업 육성을 위해 대단위 투자를 진행했다.


참고로 이런류의 서비스들은 유사한 공통점들이 있다.

"단순 아이템 도용"
앞서 언급한 '주민등록번호 도용 여부 체크' 서비스는 내가 가입한 사이트만 찾아줄 뿐 탈퇴를 하려면
모든 사이트를 직접 하나씩 방문해서 로그인 후 탈퇴하거나 로그인이 안되면 운영자에게 전화 또는 문의를 통해
탈퇴해야 한다.
나처럼 434건에 가입이 되어 있다면 어쩌면 수 천 페이지 이상을 클릭해야 할지도 모른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뒤늦게 이런 서비스를 진행했다면 범 국가적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탈퇴가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 모색은 불가능 했을까?
최근 1만명 이상의 방문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강제로 아이핀 등의 도입을 강제화 하는 것을 보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모든 서비스 기획은 변별력 있는 방향 설정과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류의 국가적 접근들은 대부분 단순 아이템 도용이라는 접근법이 주를 이룬다.
그나마 기획력은 떨어지지만 일관성(?)은 있는 것 같다.

"중복 투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 차원의 시장 접근 중 일부는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른 산업을 죽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죽은 산업을 살리기 위해 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결국 행위만 있을 뿐 혈세만 축내는 형국이다.
이는 연말, 반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뒤집어 새로운 보도블럭으로 교체하는 행위와 다를바가 없다.


범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접근은 단순히 그 관계자들의 실적을 위한 접근이어서는 곤란하며
사업기획자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불행을 묵인해야 할 것인가를 체크할 것.
  -  소수의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를 체크할 것.
  -  하나의 산업 육성이 또 다른 산업을 죽이는지 여부를 체크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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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10. 12. 22. 17:25
60을 훌쩍 넘긴 노인네가 돈에 대한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걸 봤다.
두려웠다.
저 나이가 되어서도 돈이라는 것이,
부(富)라는 것이 아직도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니...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는 돈 때문이 아니라 도전 때문에 그 나이에도 돈에 집착하는 것인지 모른다.
좋게 해석을 하면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집착이 돈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었을텐데
왜 하필이면 돈으로 자신의 도전 상대를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돈을, 부를 가져본 자는 그것의 마력과 중독성을 안다고 한다.
아마도 나는 그렇지 못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과 가끔 친구들과 술한잔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필요로 하는 나는 어쩌면 한동안 계속 이런 욕심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예쁘게 곱게 늙는다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그건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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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2010. 4. 16. 13:34
지난 10일 태국 수도 방콕 도심 곳곳을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UDD)와 군/경이 충돌에 20명이 넘게 숨지고 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한다.
태국 반정부 시위의 중심에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있다.

탁신이라는 인물은 2001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다음 2005년 재선에 성공했다.
탁신은 2006년 그의 일가가 19억달러어치의 회사 주식을 세금으로 한 푼 내지 않고 싱가포르 국영기업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자기 소유 통신회사에 이권을 몰아줬고 탈세, 뇌물수수 등 각종 권력형 비리 혐의가 밝혀져 태국 대법원은 지난 2월 탁신의 불법 재산 460억 바트(1조 6000 여억원) 몰수를 선고했다.
탁신은 군사쿠데타로 실각한 2006년 말부터 해외를 떠돌고 있다. 지금 방콕 곳곳을 휩쓸고 있는 시위대는 이런 탁신을 다시 국가지도자로 모시자는 사람들이다.
탁신 지지층의 빨간셔츠 부대와 현 정권을 지지하는 노란셔츠 부대가 유혈대결을 벌이고 있는 지금 태국은 내전 상태다.

탁신은 태국 북부 지역의 농민과 저소득층인 자기 지지자들을 위성방송과 국제전화로 '원격조정'하고 있다. 탁신 지지층이 부패한 탁신을 못 잊어하는 것은 탁신이 폈던 포퓰리즘 정책의 맛을 잊지 못해서다. 그는 집권 직후 농가부채를 3년 유예하고 모든 국민이 30바트(1050원)만 내면 기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를 줄인다며 농촌 마을마다 100만바트(3500만원)씩 나눠줬다. 이런 선심정책이 국가 재정을 바닥낸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세금을 올렸으나 그런데도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도시 중산층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탁신은 쫓겨났다. 그러나 서민층과 빈곤층은 이미 공짜의 단맛에 중독돼 버린 상태였다.
한 번 포퓰리즘에 중독된 민중에겐 어떤 해독제도 약효가 없다.

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세기 전반기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섰던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포퓰리즘에 맛들인 국민의 비위를 맞추다 후진국으로 다시 굴러떨어졌다.

수년 전부터 아둔한 정치인들의 어긋난 행동으로 인해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눈먼 시민들이 학습을 통해 똑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작심한듯 선심정책을 풀어 놓고 있다. 
이 나라 정당 수준이 이 지경이나 빨간셔츠와 노란셔츠가 부딪쳐 피를 뿌리는 태국 사태가
그저 남일이라고 누가 이야기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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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12. 29. 11:50

한 달 전부터 경제계와 체육계를 통해 이건희 사면을 위한 운동이 전개되더니
결국 이건희 사면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중세 카톨릭에 면죄부라는게 있었다.
말로는 신의 이름을 걸고 죄를 사하여 준다는 것이지만 결국 돈이 궁하다 보니
면죄부를 발행했다는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MB 정권이 이건희를 사면하는 것은 중세 카톨릭과 같은 MB 면죄부와 같다.
동계올림픽은 동계올림픽이고 죄를 지은건 또 다른 것 아닌가?
죄를 지어도 사안에 따라 예외 규칙을 적용해가면 나중에는 살인자도 면죄부를 받게 된다.
아무리 안된다고 사람들이 외쳐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MB식 대답 뿐이다.
"딱 이번 만 예외로 한다."

혹자들이 MB정권을 개막장 정권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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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6. 13. 02:08

12시가 다되어 집에 들어왔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하루 종일 보지 못한 뉴스 때문에 TV를 켰다.
MBC 뉴스를 보면서 부아가 치밀어 옆에 누워있는 6년된 노트북을 깨웠다.
반응 느린 노트북을 다루자니 한계가 많다. 정제되지 않은 글을 적는다는 것이 갑갑할 따름이나
도저히 이대로 잘 수가 없어 마구잡이로 갈겨 적어볼까 한다.

노무현 수령이 서거한 이후 검찰 총장이 모호한 발언과 함께 사퇴한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검중수부에서 조사를 합법화 하는 발표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
박연차 게이트에 대해 1년 동안 수사했지만 정작 박연차 회장은 불기소 한다는 것은 웃기지 않는가?
청천벽력의 파장을 몰고 왔던 박회장을 불기소 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이라면 과연 누가 이해 하겠는가? 그것은 검찰이 박 회장을 기소한다면 박회장의 말바꾸기 만으로도 사실 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또, 천신일 회장의 영장이 기각 되고 이에 대한 문제도 종결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천신일 회장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
그리고 남아 있는 조사는 결국 어디로 향하겠는가?

삼성 특검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검찰이 재계 600위 수준 밖에 되지 않는 태광실업(박연차 전회장)을 국세청 중수부라고 일컫는 조사 4국이 나서서 뒤를 캔 것은 악명 높은 조사 4국의 이름을 먹칠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례적인 조사고 이는 엄연히 노무현 수령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밖에 여지지 않는다.
또, 창신섬유와 같은 일반 회사를 권력이 흔들어 놓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이다.
법적 인간을 표명하는 법인이지만 대표가 회사돈을 썼다고 공금횡령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남아 남는 법인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나 같은 촌부가 보기에도 불합리한 의문을 남긴채 역사의 뒷길로 묻혀진 한 사람을 생각해보면 안타깝다. 범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나 조차 권력의 행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니겠는가?

사람 3명만 모여도 권력이란 것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권력은 무섭다.
국민의 이름으로 부여한 권력이 떳떳할 수 있고 최소한의 책임의식과 소명을 국민은 알고 부여해야 한다. 태어나면서 권력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없다.
권력은 국민을 위해 잠시 빌려입은 것이지 자기의 것은 아니다.
권력 유지를 위해 사표를 내야 할 사람들도 사표를 내는데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국 발언에 대한 발표에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대중씨"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바로 서야만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나니 기본적 예의를 잃어버린 권력이 어떻게 국민을 대변하겠는가?

노무현 수령이 남긴 말이 떠오른다.
"이쯤하면 막하는 거죠?"
아울러 국방부에 대해 쏘아붙였던 말도 떠오른다.
"나라를 통채로 미국에 맡겨놓고 직무유기한 사람들이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그들의 말에 진정성이 느끼지지 않는다.

P.S.
1. 정치하는 사람들이 더러워서 정치가 보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말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둑을 도둑이라고 하지 못하고 의인을 의인이라고 말도 하지 못한다. 질펀거려도 보수든, 진보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더럽다고 이야기하고
본인의 권리를 져버리지 말기 바란다.
다시 곱씹어 보자.
민주주의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그대는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2.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나는 수령이라고 부른다.
적당히 나이 먹은 사람들은 수령이라는 용어가 아주 낯설다.
어릴 때 부터 세뇌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 수령이란 표현은 북한에서나 사용하는 용어라 생각한다.
대학시절 수령이라는 것에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던 책에서 나는 수령이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북한의 수령이라는 의미보다는 나는 이 단어를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아버지 또는 믿음의 존재'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언급한 수령이라는 표현에 낯설어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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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5. 29. 14:08

1988년
고등학교 때 였다. 5공화국 청문회가 열리던 시절이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 되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학교 매점에 모여 텔레비전으로
청문회를 보곤 했다.
1987년 6월 항쟁이 있은 그 다음해라 한국 사람들 중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때 노무현을 처음 봤다.
"아 그 사람 말 한 번 시원하게 하네!"
매점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도 저거 너무 심한거 아냐?"
노무현이라는 아이콘이 생성되는 시점이었다.

1995년
노무현이 부산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저 사람 몇 년 전에 부산에서 국회의원 나왔다가 떨어졌는데 또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00년
김대중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노무현이 해양 수산부 장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교동계의 간택을 받았다느니 그렇지 않았다느니 말이 많았다.
노무현이 해양 수산부 장관감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었다.

2002년
노무현 돌풍이 일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열풍이었기에 신기했다.
그 무렵 나는 노사모라는 곳이 궁금했고, 한 편으로는 노무현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다.
노사모에 가입을 했고 노무현이란 사람이 지금껏 어떤 행보를 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2003년
노무현이 그동안 주구장창 외치던 통합,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당,
열린 우리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기존 대통령과는 달리 당정을 완전 분리하여 독립성을 보존해 줬다.
성숙하지 못했던 열우당 정치인들은 서로 서열, 줄대기 등으로 논란이 많이 일었다.

2004년
노무현 탄핵 소추안이 의회에 상정되었다.
자기들 마음에 안든다고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 내리려 했다.
몇 개월 뒤 노무현은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큰 상처를 입었음을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상처 받은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2006년
밤 늦게 귀가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가 대뜸 노무현 욕을 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때문에 경제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갖은 욕을 다 했다.
주변에 노무현을 욕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 졌다.
레임덕이려니 생각하기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정동영이가 열린우리당 창당을 반성한다고 했다.
그도 늘 그렇고 그런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08년
노무현 측근에 대한 비리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 확신했지만 막상 터지고 보니 그 금전적 규모가 소박한 수준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비리를 보고 나니 노무현 측근의 비리는 생계형 비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09년
몇 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무현 측근과 그 가족들의 비리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억 대신 100만불 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검찰이 조사때마다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친절의 이유가 궁금했다.
아는 사람과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계속 이러면 노무현 성격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했다.

--
저번 주 토요일 서거 소식을 들었다.
눈물이 났다.
그 날, 살아 생전 못가 본 그 곳을 죽고 나서야 갔다.

내일이면 못볼 분, 어제 저녁 부산역 추모제에 갔다.
새벽에 일어나 봉하마을의 모습을 지켜봤다.
종이 비행기가 눈물을 머금도 날아 올랐다.
오늘 아침에는 노란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했다.

살다보면 기억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어떤 사람은 변절의 인생을 살고 간혹 어떤 사람은 올곧음의 인생을 산다.
그저 마음에 묻을 생각이다.
살아 있는 노무현만 기억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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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5. 19. 13:20

'시행착오설'이란게 있다.  미국의 동물심리학자 손다이크의 이론으로 동물의 행동이란 특정자극에
대한 다양한 반응, 곧 시행착오 속에 성공한 것은 강화되고 실패한 건 약화되면서이뤄진다는 내용이다.파블로프의 조건반사론에 이은 학습효과론이다.

이번엔 원숭이도 실수를 통해 배우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위험도 감수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 벤헤이든교수팀이 실험했더니 원숭이도 더 큰 보상을 받거나 놓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 점차 나은 선택을 하더라는 것이다.
동물도 선험을 통해 학습하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셈. 그러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결과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확 달라진다. 과감하게 덤볐다 혼나면 매사에 조심스러워지고 위험을 무릅썼다 뜻밖에 성공하면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대담해진다.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지 모른다는 예측이 대두되면서 사회전반에 외환위기 학습효과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시각은 다양하다. 외환위기 때와는 여러가지로 상황이 다른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쪽과 지난번에도 지나친 유의론을 믿다 '망했다'는 쪽이 맞선다. 경계론 쪽에선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부로 뛰어들었다간 자칫 성공 체험 우상화의 오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동성이 크다지만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부동산 값은 더 이상 오르기 쉽지않고, 기업 역시 지금 구조조정을 안하면 장차 더 큰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험관리와 위험감수를 내세우는 쪽 가운데 어느 편이 승자가 될지는 알 길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같은 형태는 아닌 까닭이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지만 '실수를 통해 또 다시 실수하는 법을 배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립대 연구진에 따르면 실수하지 않으려 끙끙대는 시간이 뇌에 '실수회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능한한 빨리 정답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되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잘못된 걸 연습하기 십상이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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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5. 19. 12:45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했던 소설가 황석영씨의 발언은 호기로웠다.
그는 "이 대통령은 중도"라고 평가하며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 노동당 등 진보진영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며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이는 좌든 우든 세상 모두와 소통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져 상당히 신선했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그의 당찬 '욕먹을 각오'는 온데간데 없이 눈녹듯 사그라들었다.
'변절'이니 '훼절'이니 '스스로 죽을 자리를 파는 멍텅구리'니 기억력이 2초인 금붕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온갖 욕을 진보진영으로부터 들은 뒤다.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에 동행한 게 노벨문학상을 염두에 둔 노림수라고 수군대기까지 했다.
황석영씨는 몇 마디 말로 장수를 누리게 된 일이 썩 달갑지 않았던 듯하다.
그는 지난 주말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막힌 남북관계를 풀려는 뜻이었다. 내가 변한 건 없다"고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그는 휴대전화도 꺼놓은채 경기도 일산 자택안에 옹송그리고 틀어 앉아 버렸다.
세상 양쪽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토로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원래대로 한쪽과만 소통하겠다는의지를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황석영씨는 우리 시대의 굴곡을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살아온 지식인이다.
게다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그의 '변화'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황석영씨는 지식인답게 변명이 아닌 확신으로 무성한 의혹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올곧음과 진정성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자신의 지향점이 옳다는 굳은 믿음과 자신감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황석영씨는 그동안 자신의 지지층이었던 세력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식인이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 아닌 세인의 호불호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인기 영합주의'에 다름 아니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나는 고발한다'는 멋드러진 기고문을 남겨 용기있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남은 프랑스 대문호 에밀 졸라는 여론의 뭇매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는 사실을 되새기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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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ston
Column2009. 3. 13. 17:14

분명히 다르다.

나도 에이전시 업계에 몸을 담아 봤지만
에이전시 회사는 '이건 내꺼야, 내 사업이야, 내 서비스고, 내 고객이야'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근데 가끔 에이전시 회사도 자기 일을 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현하거나,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차리기도 하고 뭐... 그런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다는 말이지.

남의 것은 참 잘만드는데 자신의 것은 만들어 성공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가 않거든.
그도 그럴것이 남의 것은 스펙도 있고 요구 사항도 있고 목표치가 있고 그것에 대해 평가해 줄
사람도 있는데
반면 자기 것은 그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해야하거든.
그리고 '완료'라는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격려의
소리보다 훨씬 많고 내 외부의 적들이 수시로 양산된다.
에이전시 일을 하다보니 다들 간접 경험을 많이해서 말로 하자면 못할 말이 없거든.

비가 꾸질꾸질 오는 지금.
남의 서비스를 하는 것과 내 것을 만드는 것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있다.
시간 많냐고? NO. NO. NO.
머리가 터질 것 처럼 신경쓸일이 많지만 이럴 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정말 꿀물이다.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변화...
자신에 대한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없으면
내 것에 대한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 최소한의 성공도 말이다.

많은 얘기와 논의와 토론거리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내 고민은 그 변화의 중심에 과연 내가 계속 서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아울러 원심력을 위한 고정축이 될 수 있을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하는 것.
말로하자면 못할 말이 없는 이 상황에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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